검은 수요일의 경고, 서킷브레이커가 말해준 것
March 04, 2026

2026년 3월, 단 2거래일 만이었다.
2월 마지막 거래일에만 해도 6,347포인트를 찍으며 역사적 고점을 경신하던 코스피가 단 2거래일 만에 5,093포인트까지 붕괴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변동성이 아니라 정책과 시장 구조가 동시에 드러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하락의 강도다. 오늘 장에서는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고, 이는 단순히 글로벌 악재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물론 중동에서 촉발된 이란 전쟁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같은 아시아권 시장을 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일본과 중국 역시 충격을 받았지만 한국처럼 패닉성 붕괴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수렴된다. 왜 한국만 이렇게까지 무너지는가.
그 답은 최근 몇 달간 인위적으로 부풀려졌던 한국 증시의 구조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시장은 언제나 진실을 말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증시는 대책 없는 유동성과 노골적인 시장 부양 신호 속에서 빠르게 상승해 왔다.
정부는 증시 상승을 경제 성과의 상징처럼 포장하며 정책 메시지를 쏟아냈고, 시장 역시 그 기대를 반영하며 가파르게 올라갔다. 그러나 문제는 그 상승의 성격이었다.
기업의 실적 개선이나 산업 구조의 경쟁력 강화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상승이라기보다, 정책 드라이브와 정치적 메시지가 만들어낸 상승의 성격이 훨씬 강했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분명히 훌륭하다.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실적은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며, 글로벌 경쟁력 또한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두 기업의 뛰어난 성과만으로는 시장 전체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국가 전체 증시가 구조적으로 강해졌다고 말하려면 산업 전반의 체력이 함께 개선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결국 시장을 밀어 올린 것은 기업 경쟁력의 총합이라기보다 정책이 만들어낸 기대와 유동성이었다. 그리고 시장은 언제나 그렇듯, 그 기대가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었는지를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이제 100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 자금을 투입해 주가를 방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그 100조 원은 도대체 누구의 돈인가. 정부의 돈인가, 정치인의 돈인가, 아니면 결국 국민의 돈인가. 정부는 마치 자신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것처럼 시장에 자금을 쏟아붓겠다고 말하지만, 국가 재정이라는 것은 결국 세금과 국채로 구성된 국민의 자산이다.
국민의 돈으로 시장을 떠받치는 정책이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더구나 최근 몇 달 동안 정부는 환율 방어를 위해 막대한 외환을 소모해 왔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해 외환을 소진하고, 이제는 주가 방어를 위해 수십 조를 투입하겠다는 발상은 재정과 외환이라는 두 개의 방패를 동시에 갈아 넣는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명분은 언제나 그럴듯하다. 그러나 정책의 핵심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구조적 신뢰다. 정부가 시장을 관리하려는 순간 시장은 오히려 더 불안해질 것이다. 이미 투자자들은 지금의 시세를 시장이 만든 가격이 아니라 정치가 만든 가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 코스피 폭락이 단순히 이란 전쟁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다. 전쟁은 방아쇠였을 뿐이고, 그 총알은 이미 장전되어 있었다.
정책 메시지로 밀어 올린 증시, 과도한 기대감으로 부풀려진 밸류에이션, 그리고 시장을 정책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위험한 자신감이 결국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
이제 정부는 또다시 돈으로 시장을 떠받치려 하고, 이 정권에서 우리는 앞으로도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때마다 사용되는 돈은 언제나 같은 곳에서 나올 것이다.
바로 국민의 지갑이다.
ps. 2026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고 한 바 있는데 지금의 하락은 단연 글로벌 금융위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현실을 보여준 것일 뿐, 글로벌 금융위기는 훨씬 더 공포스럽게 올 것이다.
지금의 하락은 단기적으로 당연히 기회다. 전쟁이 길어져도 시장은 금방 면역을 갖게 될 것이다.
김세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