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 과세할 자격이 없는 나라
December 11, 2022
정부의 첫 새해 예산안 처리가 계속해서 연기되고 있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에 이어 정기국회 회기까지도 넘겨가며, 여야가 협상을 이어갔지만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안에서 혈투를 벌이면서도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서는 여야가 유예를 전제로 협상을 하고 있다는 뉴스들이 그동안 주류를 이뤄왔다. 하지만 오늘 금융투자협회를 비롯한 31개 증권사에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유예 결정을 국회에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한 것을 보면 금투세를 두고도 여야는 실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 여당인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를, 야당인 민주당은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되기를 당론으로 밀어 왔다.
금융투자소득세가 유예되려면 세법 개정이 필요한데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야당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개정되지 않으면 예정대로 내년 초 시행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되면 내년부터 국내 상장 주식 기준으로는 5000만 원이 넘는 주식 투자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구체적으로 주식 양도 차익이 5000만 원 이상이면 20%, 3억 원 이상은 25%를 과세한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를 걷고 있으며, 우리도 자본시장을 선진화하기 위해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일단 우리가 미국, 일본, 독일처럼 선진 금융시장이 아니라는 전제가 배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금융투자소득세가 자본시장을 선진화한다는 주장 자체도 과장된 구호다. 지금은 그 위상이 많이 떨어졌지만 오랜 시간 아시아 금융 허브 자리를 지켰던 홍콩만 보더라도 금융투자소득세가 존재하지 않지 않는가.
가장 간과되지 말아야 할 것은 현재 금융시장의 분위기다. 세계적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점에 내년부터 금투세가 도입되어 과세가 강화된다면 국내 투자자 이탈은 가속화될 것이고, 주식시장이 더욱 침체될 것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밀어붙이는 야당을 보고 있자면 금융투자소득세가 국회에서 통과되던 2020년 당시 상황과 현재 상황에 큰 차이가 있다는 인식조차도 없어 보인다.
야당은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해도 어차피 상위 1% 들만 내는 세금이니, 대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떠든다.
틀린 말은 아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실제 국내 주식 투자자 중 한 해 5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사람은 1%가 채 안 된다. 그 호황장이었던 2020년에도 1.2%로 겨우 1%가 넘었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은 어차피 우리는 매년 5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낼 일이 없으니, 금융투자소득세 과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도 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 시장을 움직이고 지탱하는 것은 상위 1%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 1%들의 입장에서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면 국내 주식시장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그동안 해외 주식 대비 국내 주식의 가장 큰 장점은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앞으로 국내 주식도 미국 주식으로 대표되는 해외 주식과 똑같이 세금을 내야 한다면 1%들의 입장에서 어차피 세금 낼 거, 수익률도 떨어지고 배당성향도 떨어지는 국내 주식을 투자할 이유가 없어진다.
1%들은 국내 주식을 다 팔고, 미국 주식을 비롯한 해외 주식으로 갈아탈 것이며 이 과정에서 국내 증시의 자금이 해외로 대거 유출되니 주가는 폭락할 것이고 증시는 극도로 불안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대의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모든 투자자들이다.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 없는 개인 투자자들이 현행의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다.
실제로 대만에서는 주식 양도세를 도입했다가 무려 40프로나 주식이 폭락한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다수당의 횡포로 1,400만 개인 투자자들의 아우성을 뒤로하고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시킨다면, 다가올 총선에서 야당은 위축된 주식시장과 개인 투자자들이 받은 피해에 대해서 냉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 금융투자소득세는 애초에 설계가 허술했다는 것과 국내 금융시장에 도입되기 일렀다는 결론 끝에 폐지될 것이다.
결론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 언젠가는 국내 주식 소득에도 세금이 부과되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주식은 해외 주식 대비 경쟁력도 전혀 없고, 외국인의 공매도 놀이터 및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 분식회계, 횡령 사태 등으로 개인투자자 보호도 전혀되고 있지 않다.
이런 후진시장에서 선진시장을 따라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아직은 국내 주식에 대해 세금 과세할 자격이 없다.
훗날 국내 주식 시장의 경쟁력과 개인투자자 보호장치를 갖춘 이후에 금융투자소득세는 다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김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