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공의 횃불로 데이터센터의 밤을 밝혀라
May 25, 2026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이 한국 사회의 민감한 역사적 트라우마를 건드리며 거대한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연일 지속되는 대통령의 강도 높은 비판부터 총수와 전 대표에 대한 수사, 그리고 대중의 격렬한 불매운동까지, 사건의 파장이 계속해서 커지는 가운데, 내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다고 한다.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는 분명 비판받아 마땅하다. 많은 사람들의 상처를 건드렸고, 기업의 감수성 또한 부족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대중의 관심은 사건 그 자체보다 누구를 더 크게 무너뜨릴 것인가에 집중되기 시작했고, 그 흐름의 중심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단순히 개인의 의견 피력이 아닌, 행정력과 사법체계, 그리고 대중의 여론에 직접적인 지침을 내리는 거대한 사회적 기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스타벅스코리아를 향해 쏟아낸 극단적인 언사들은, 사안의 엄중함을 감안하더라도 행정수반으로서의 균형감각과 책임 의식을 결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두고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 2년 전 이벤트를 추가로 소환하며 인두겁을 쓰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 악질 장사치의 패륜 행위, 금수 같은 행태 등 국가 원수의 언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단어들을 선택해 사용했다.
기업의 잘못은 경영진의 문책, 시스템 개선, 합당한 법적 처벌, 그리고 소비자 운동과 같은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특정 기업에 패륜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리면, 이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 기업 해체나 시장 퇴출을 종용하는 강제력까지 가질 수 있게 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이자 수많은 국내 협력업체, 그리고 수만 명의 청년 바리스타들이 생계를 잇고 있는 국내 고용의 한 축이다.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저격은 잘못을 저지른 경영진뿐만 아니라, 민생 경제의 최전선에 있는 무고한 노동자들과 소상공인 납품업체들을 사지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민생을 챙겨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기업 악마화를 통해 경제적 불안정을 자초하는 지금과 같은 모양새는 매우 부적절하게 느껴진다.
역사적 비극을 마케팅에 활용한 스타벅스의 잘못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것을 심판하는 국가 원수와 정부여당의 방식도 정의로웠으면 한다. 경영진의 명백한 잘못과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기업 전체와 그 구성원 모두에게 무제한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 과연 정의롭다고 할 수 있겠는가?
스타벅스 전체를 마치 악의 집단처럼 몰아가고, 나아가 신세계그룹 전체와 정용진 개인에게까지 모든 책임을 연결해 사실상 처형하려는 지금의 분위기는, 이미 집단적 광기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과 신세계그룹은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 파괴적인 마녀사냥의 늪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
내일로 예정된 대국민사과? 과거로부터 저들을 상대로 한 사과는 굶주린 하이에나들에게 피 냄새를 풍기는 기폭제가 될 뿐이었다.
한 번 상대를 물어뜯기로 작정한 진보 진영은 사과를 종착지가 아닌, 더 잔혹하게 물어뜯을 수 있는 완벽한 명분으로 삼아왔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정용진은 빨리 움직여야 한다.
신세계그룹은 올해를 그룹의 미래를 건 AI 대전환의 원년으로 선언하며,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사업 진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 담대한 비전의 이면에는 그동안 재벌의 친목질이라 비판받던 정용진과 트럼프 주니어의 깊은 관계가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본인이 참여한 투자회사 1789캐피탈을 통해, 구글 제미나이 프로젝트의 핵심 개발자인 미샤 라스킨이 창업한 리플렉션 AI에 투자했다. 미국 행정부의 AI 수출 프로그램 1호 기업으로 선정된 리플렉션 AI와 신세계그룹의 만남은 트럼프 주니어가 정용진 회장에게 미샤 라스킨을 직접 소개해 주면서 성사된 것이다.
백악관 권력의 핵심이 글로벌 연결고리를 만들고 구글 제미나이의 주역 미샤 라스킨이 독보적 기술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정용진은 그룹의 명운을 건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당당히 선포할 수 있었다.
나는 그 선포를 단순한 유통 기업의 신사업 확장으로 보지 않았다. 빅테크의 거센 공세 속에서 자체 데이터 통제권과 AI 주권을 확보하려는 한국형 소버린 AI 인프라의 마스터플랜이자,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결정적 제스처로 봤다.
신세계는 이 국가급 프로젝트의 실체를 대중 앞에 더욱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정용진은 트럼프 주니어와 미샤 라스킨을 부인의 플루트 독주회 따위에 참석시킬 게 아니라, 한국을 다시 찾게 해서, 데이터센터 부지 선정과 벤처캐피탈(VC) 투자 유치 과정에서 강력한 지지와 대미 협력의 메시지를 던지게 만들어야 한다. 미국 대통령의 장남이자 미국 권력의 핵심이 직접 나서 신세계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줄 때, 국내의 마녀사냥식 압박은 일순간에 추진력을 잃게 될 것이고, 스타벅스코리아 사장의 실수를 총수에게 비난한 것은 과했다는 동정론이 터져 나올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중 여론은 놀라울 만큼 역동적이다. 한순간 뜨겁게 끓어오르다가도, 더 큰 명분과 새로운 흐름이 등장하면 예상보다 빠르게 방향을 바꾸곤 한다. 흔히 냄비근성이라 불리는 이런 특성은 위기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강력한 명분과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면 여론의 흐름 역시 순식간에 반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법기관 역시 백악관의 공식적인 파트너이자 국가적 미래 산업의 핵심 동력을 가진 기업을 계열사 커피숍 때문에 무리한 법리 적용으로 가로막는다는 정치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강약약강의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다.
과거,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삼성전자는 문재인 정권 발 사법 리스크와 전방위적인 정치적 압박에 갇혀 중요한 시간들을 흘려보내야 했다. 그리고 그 사이, AI와 HBM 시대의 흐름을 먼저 붙잡은 SK하이닉스가 시장의 중심으로 치고 올라왔다.
삼성이 겪은 가혹한 잔혹사를 쿠팡과 신세계그룹이 이 정부 아래서 되풀이하려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부디 정치권의 계산과 감정적 선동에 휘말려 미래 산업으로 향할 동력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김세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