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유감
September 01, 2019
권력의 실세로 거론되던 자가 자신을 몰락시킬지도 모르는 부도덕한 일들을 숱하게 저지른 것도 모자라, 그것들로 말미암아 오명을 쓰지 않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미리 헤아릴 만큼 사려 또한 깊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인물로 하여금 나라가 연일 시끄럽다.
그 인물은 자신이 겪고 있는 난관의 본질이 과연 어떤 것인가를 인식할 수 없을 만큼 우매한 자로 보이지는 않으나, 자신의 능력을 지나치게 믿는 나머지 스스로 속는 존재로 보인다.
적폐 청산을 운운하며 선하고 청렴한 이미지로 자신들을 포장했었던 권력은 도덕이 결여된 숱한 의혹들을 받고 있는 이 인물을 어떠한 난관 속에서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결국 자신들도 전 권력의 심판자로서 자격이 전혀 없었음을 스스로 시인하고 있다.
자신과 자신의 편에겐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에겐 한없이 냉정하고 가혹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특징은 결국 마키아벨리의 주장대로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일반적으로 인간은 이기적이고, 가식이 많으며, 이익이 되는 일에는 걸신이 들려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마키아벨리의 이러한 주장은 그의 시대로부터 수백 년이 흘렀음에도, 좌 그리고 우, 곧 적과 아군으로 나뉘어 오직 권력사수와 권력투쟁을 향한 이성이 결여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정치판의 본질을 여실히 간파하고 있다.
권력이 남용되지 않고 부패하지 않기 위해 여야가 있고, 권력분립이 있는 것인데 이 안에서의 대립을 또 보고 있노라면 반칙과 불법, 독선과 위선에 역시 회의가 든다는 말을 굳이 덧붙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군중에게 희망을 걸어볼 수는 없을까.
그들이 벌이는 실검 순위 조작과 무능하고 부패하기까지 한 권력의 떨어지지 않는 지지율을 보고 있노라면 선동에 취약하고, 단순하며 극단적인 감정만을 느끼는 군중에게 논리적인 추론과 진실과 오류를 구분할 수 있는 판단을 기대한다는 것은 현실과는 너무나도 괴리가 큰 꿈을 꾸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상념 끝에 키케로는 민중만큼 불확실하고 여론만큼 우매하며 정치가만큼 거짓된 것은 없단 말을 남겼을 것이다.
권력에 유감을 느끼지 않는 날을 기대한다는 것은 국운이 열려 우매한 군중이 현명하고, 이성적인 지도자를 우연히 선출하게 될 날을 기대한다는 것과 의미가 동일할 것이다.
그날을 기다려본다.
김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