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딩을 한다는 것
June 28, 2025
여기에 들어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
이 글귀는 단테가 신곡 <지옥편> 제3곡에서 지옥의 문 위에 새긴 문장이다.
오늘날 이 문장은 또 하나의 문 앞에 새겨져야 마땅하다. 바로 주식시장이라는 또 다른 지옥의 입구에 말이다.
많은 이들이 주식시장을 자유의 땅이라 착각한다.
직장인으로서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시간의 감옥을 탈출하며, 하루 몇 번의 클릭으로 인생을 바꾸겠다는 꿈을 품고 이 문을 통과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들에게 그 문 너머엔 빛나는 금은보화보다는 회색빛 미궁이 기다리고 있다.
90%.
이 숫자는 주식시장에서 개인이 손실을 보는 비율이다.
국내시장에 비하면 천국처럼 보이는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10%보다 적은 투자자들만 지속적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으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코스피가 실제로 5000을 가더라도 여전히 국내 주식투자자들의 90%는 손실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예나 지금이나 미래에나 시장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돈을 잃는다는 진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완전무결한 비기나 타점은 없다. 어제까지 돈을 벌어주던 방식이 바로 내일부터 효력이 사라지기도 한다.
돈이 되는 연결고리는 끊임없이 변해가고, 먼저 파악하고 뛰어든 소수만 돈을 번다. 어떤 시스템이든 모두가 쓸 무렵이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다.
폭풍우 속을 걷게 되면 우산을 쓰더라도 비에 젖을 수밖에 없는 것처럼, 누구라도 돈을 벌 수 있는 시기가 있다. 하지만 그런 장세는 결코 길지 않다.
시장은 또다시 개인의 90%를 쓰러트리는 본성대로 돌아간다. 그렇게 시장은 잔혹하다.
노력한다고 반드시 보답받지 못한다. 정직하다고 이기지도 못한다. 때론 무지한 이가 웃고, 통찰력 있는 자가 무너지기도 하며, 절제한 자도 쓰러지고, 분석한 자도 외면당하는 곳이 바로 이 주식시장이다.
그러니 이 시장에 들어오려는 자는 지옥의 문 앞에서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나는 정말로 희망 없이 살아남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희망을 품은 자에게는 패배를, 희망을 버린 자에게만 살아남을 권리를 주는 냉혹한 이 곳.
상식을 버릴 수 있고, 감정을 다스릴 수 있으며, 대중과 반대로 할 수 있다면 승산은 높아질 것이다.
트레이딩을 한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김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