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
August 05, 2013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
이탈리아의 사상가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한 말이다.
간결하면서도 뜻이 깊은 이 문장이 나의 좌우명이라고 고백한다면, 혹자는 나를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으며, 필요하다면 도덕을 배척하고 악행도 적절히 이용하는 권모술수의 달인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나는 이러한 비판을 일단은 수용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키아벨리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그리 좋지 못하며, 군주론은 분명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군주론은 마키아벨리의 냉혹한 인간 성찰의 서(書)다. 플라톤에서 쇼펜하우어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수많은 철학자들이 성실한 인간탐구의 기록을 우리에게 남겨 주었다. 그중에서도 아마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만큼 인간을 악하고 이기적인 존재로 성찰한 책은 별로 없을 것이다. 군주론은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는 전제를 뿌리로 두고 피어나는 심오한 지성의 꽃으로, 출간된 지 5백여 년이 흘렀지만 오늘날에도 숱한 국제분쟁, 정치적 암투를 비롯하여 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인간사의 본질을 간파하고 있다. 비록 도덕성은 결여되어있을지라도 인생의 연륜이 쌓일수록, 생활이 깊어질수록 군주론의 진미와 위대성을 더욱 절감하게 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에 있어서 만큼은 나는 마키아벨리의 반대 입장에 서있다.
인간은 악하지 않다. 인간이 악하다면 그것은 국가와 사회, 나쁜 사례 들에 의해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이성이 인간의 종교가 되는 날이 오면 문제는 모두 해결될 것이다. 이것이 나의 믿음이다. 따라서 마키아벨리가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말을 어떤 의도로 했던지 간에 우리는 각자의 독자적인 철학과 사고의 틀이라는 필터를 거쳐 이 말을 고매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 현자는 사악한 자가 악을 저지르기 위해 취하는 그 모든 수단을 선한 일을 행하기 위해 취해야 한다.
김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