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은 김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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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론적 사고와 직관의 힘

August 04, 2013

불확실성은 인간사의 핵심적 속성이다.

세상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따라서 이 세상에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모든 것은 확률의 문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것은 궁극적인 진리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까지 불확실성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불확실성을 전제하지 않는 세계관에서 도출된 비확률론적 사고가 뇌 속에 강력하게 주입되어 있는 탓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의식개혁을 통해 불확실성이 세상에 초래하는 불가사의하고도 절대적인 힘을 인식해야 한다. 매 순간 모든 일에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을 하며, 결과를 좌우해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 다음 이 불확실성과  불확실성을 전제하는 세상, 즉 불확실한 세상에 맞서기 위해 새로운 사고방식을 지녀야 한다. 그것이 바로 확률론적 사고다. 확률론적 사고란 세상을 확률적으로 파악하고 무슨 일이든 절대시 하지 않는 사고법을 말한다. 확실한 세상에서라면 필요 없는 이 사고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는 역시 세상이 불확실하기 때문인데,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비확률론적 사고법 즉, 인과론, 결과론, 이원론, 노력 만능론 등은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없다. 그래서 바로 확률론적 사고법이 필요한 것이다. 

확률론적 사고의 핵심 키워드는 장기적 관점, 다양성 확보, 실패의 활용이다. 

 

장기적 관점


불확실한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확률을 동반한다. 실력이 있는 쪽이 이기는 것도, 옳은 방식으로 옳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사실 확률적인 현상일 뿐이다. 늘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력이 있는 쪽이 패할 수도 있고, 옳지 못한 방식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처럼 확률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일이 종종 있는 이유는, 확률이 대수의 법칙에 따라 횟수가 거듭되어야만 비로소 위세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단기간의 결과는 불확실성 또는 우연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지만 대수의 법칙과 시간의 효과를 등에 업은 확률은 차츰 불확실성의 안개를 걷어낸다. 따라서 불확실한 세상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을 지니고,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은 방식을 오랜 기간에 걸쳐 실행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성 확보

 

불확실성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 그래서 뜻밖의 사태가 일어나면 예상치 못했던 대처법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성을 확보해두는 것이 좋다. 다양한 관점, 다양한 재능, 다양한 인맥과 같은 다양성이 예측할 수 없는 비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삼국지는 이 예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유비는 자신의 재능이 조조에 미치지 못함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독선을 버린 채,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고, 다양한 인맥의 다양한 재능의 힘을 빌어 조조에 대응했다. 그리하여 유비는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상대에 필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실패의 활용

 

불확실성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따라서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실패는 너그럽게 수용해야 하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실패가 없으면 성공도 없다. 중요한 것은 실패와 시행착오로부터 배우고 수정할 수 있는 힘이다. 실패하지 않는 것보다 실패를 겪은 뒤 수정해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더 중요하다.

 

이와 같이 확률론적 사고는 불확실성을 본질로 하는 이 세상에서 승률을 높이는 최고의 방법임에 틀림없다. 현대물리학의 가장 중요한 기둥인 양자역학도 확률론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 확률론적 사고에도 단점은 분명 존재한다. 시간이 드는 방법이기에 단순하고 일상적인 일에는 적절하지 않으며, 중기적으로도 어떤 성과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 경우, 오랫동안 유지해 나가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 꺼내들어야 하는 카드가 바로 직관이다. 직관은 판단, 추론 등을 개재시키지 않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언뜻 생각해보면 무의식이 의식을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직관을 통한 순간적 결정이 요모조모 따져보는 쪽보다 더 좋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는 이러한 직관의 위대성을 절감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면접심사에서 엉뚱한 질문으로 상대의 즉각적인 반응을 살피곤 했는데, 그것은 그가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보다도 직관과 기지를 높이 샀기 때문일 것이다.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 또한 직관 예찬론자다. 여러 인터뷰에서 직관의 찬탄을 아끼지 않았던 그는 실제로도 투자계획을 세우거나, 포지션을 변경할 때 직관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에필로그

 

확률론적 사고와 직관은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들이다. 

확률론적 사고를 바탕으로 보다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다양성을 확보하면서 시행착오를 수정해 나가라. 

빠르고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직관을 통해 마음의 소리를 들어라. 

이것이 이 글의 핵심이다. 단 몇 줄로 요약되는 이야기를 너무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 같다.

대미는 로버트 루빈과 조지 소로스의 격언이 장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확실한 방법이란 없다. 확률이 높은 방법만 있을 뿐이다. 

 

- 로버트 루빈 -

 

작금의 예측불허한 시대에는 직관을 믿는 것이 생존의 방법이 될 수 있다.

 

- 조지 소로스 - 

 

김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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