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은 김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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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를 움직이는 세력의 기술

February 06, 2025

 주식을 세력 놀음이라고들 한다.

 모든 주식에 그 주식을 움직이는 세력이 있기 때문인데 대형주들은 거의 외인이 움직인다고 보면 되고, 기관이 꾸준히 매집을 한 뒤에 주포 노릇을 하는 주식이 있는가 하면 개인들의 거래가 가장 잦은 테마주들의 주포는 거의 개인 세력이다.

 그중에서도 시총 2000억 이하의 테마주들은 거의 단일 세력 한 팀이 종목을 좌우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들 멋대로 주가를 핸들링하면서 재료가 소멸되기 전까지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파는 행위를 반복하는데 한 번씩 대시세를 내기 전에는 악랄할 정도로 개인투자자들을 괴롭히며 물량을 뺐곤 한다.

 팬데믹 때 유입된 개인투자자들의 절반이 미장과 코인으로 떠났다는데 살아남은 국장의 개인투자자들이 영리해질수록 세력들 또한 진화하고 있으며, 개인투자자들의 심리를 쥐락펴락하는 그들의 기술을 보고 있노라면 예술의 경지를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여름에 전기차 화재, 올해 들어 유리기판 테마주로 엮여서 활발히 움직였던 한빛레이저 일간차트다.

 이 종목이 내 눈에 들어온 것은 1번 캔들, 1월 17일 시간외 단일가 시장에서다.

 

 


 

<1월 17일 한빛레이저 시간외 단일가 시간대별 거래현황>

 

 

 그날 한빛레이저는 시간외 단일가에서 40억이 넘는 거래대금이 터졌고, 시간외 첫 타임부터 17:00까지 매우 흐름이 좋았다.

 그런데 다음 타임부터 현대힘스를 비롯한 조선주들이 상승가도를 달리기 시작했고, 한빛레이저는 경쟁하기 싫다는 듯이 거래량이 확 줄면서 힘을 잃기 시작했다. 결국 17:00타임에 5.5%를 찍었던 한빛레이저는 마지막 타임에 1.06%로 마감을 하는데 내가 눈여겨봤던 것은 거래대금이다.

 40억.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간외 단일가 시장은 개인들에게 있어 거의 매도만 하는 곳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시간외 단일가 시장에서 상따를 비롯해서 매수를 하는 개인들이 우후죽순 늘어난 것을 알고는 있다.

 그런데 그들도 엄청난 호재 뉴스가 뜨지 않은 이상 반전을 피하기 위해 17:00 전까지는 관망하기 마련이고, 한빛레이저는 17일 17:00까지 거래대금과 흐름이 너무 좋았다.

 막연히 세력의 자전이라고 볼 수 없었고, 나는 그날 윗꼬리에 물렸던 개인들의 물량을 시간외 단일가에서 세력이 더 모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 거래일(2번 캔들) 정규장에서부터 한빛레이저를 관찰하기 시작했는데 전일 시간외 대량거래로 5%까지 찍었었음에도 2.5% 갭이 떠서 고작 3.5% 고점을 만든 한빛레이저.

 결과적으로 이 종목에서 시세가 나오지 않는다면 17일 시간외 단일가 40억 거래는 단순 자전으로 봐야할 것인데 그 의도가 이해할 수 없었기에 석연치 않았다.

 그래서 며칠 더 지켜봤다.

 그러자 거래가 가장 활발할 시초에 무언가 인위적으로 시세 상승을 억누르고자 하는 주체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1월 21일과 22일(3번, 4번 캔들) 이틀 모두 종가 무렵에서야 시세를 끌어올려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이틀 모두 시간외 단일가에서도 반응이 없었고, 다음 거래일 오전장에도 지루한 흐름만 반복될 뿐이었다.

 23일(5번 캔들), 전일 저가를 깨면서 이 종목은 당분간 볼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나는 아직 이 종목에 세력이 남아있을 것이라 확신했고, 이들이 어떻게 물량을 털어낼지도 궁금했다.

 24일(6번 캔들)이후부터는 긴 연휴가 시작됐고, 그 기간 동안 딥시크의 등장으로 미장에서는 엔비디아를 비롯하여 AI 반도체 분야의 기업들이 폭락하였고, 이는 유리기판 테마에도 기술의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분명한 악재였다.

 그런데 장이 재개되던 31일(7번 캔들), 그 악재에도 한빛레이저는 -2.64% 갭하락으로 시가를 시작했고, 이는 다른 유리기판 테마주들 대비 대단히 선방한 것이었다.

 그때 나는 이미 이 종목을 개인들이 거의 들고 있지 않다고 봤다.

 2월 3일(8번 캔들)은 유리기판 테마주들 전체가 하락한 날이었고, 그날 한빛레이저의 전체 거래대금은 20억.

 세력이 하방으로 털 수도 없는 거래대금이다.

 그날을 기점으로 한빛레이저는 바닥을 다졌고, 다른 유리기판 테마주들이 음봉을 그려낸 9일(9번 캔들)에 양봉을 지켰다.

 세력들은 자신들이 물량을 꽤 모으면 아무런 호재도 없이 묻지 마 시세를 줘서 물량을 털어내기도 하는데 한빛레이저의 경우 VI 한 번 정도로는 안 되고, 대시세를 내지 않고서는 세력이 모은 물량을 온전히 털어낼 수 없을 것이라 봤다.

 그러던 오늘 14:00가 좀 넘어서 유리기판 테마에 호재가 떴다. 삼성전자가 유리기판에 직접 뛰어든다는 소식이었다.

 유리기판 대장주인 필옵틱스를 비롯하여 관련주들이 급등하는 가운데 한빛레이저는 특유의 인위적 호가 누르기로, 시세 분출을 억제시키고 있었다.

 정규장 마감 30분을 남겨두고, 직감했다. 시간외 단일가에서 주인공은 한빛레이저가 되겠구나라는 것을.

 

 


 

 지인은 15:00 전부터 매수를 하여 5% 수익으로 종가까지 홀딩했고, 나는 막판까지 계속해서 윗꼬리를 그려내려는 세력의 의도에 맞서 맹렬히 싸웠다.

 오늘(11번 캔들) 한빛레이저의 종가고가는 나의 관여가 컸다.

 호가창도 그러했으며, 누가 그 시간에 유리기판 테마주들중 가장 힘없는 한빛레이저를 매수하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세력이 종가에 개인 수급이 많이 들어온 것이 못마땅했나 보다.

 15:30 정규장이 끝나고, 장후 시간외에 100만주 매수를 걸어놓더니 39분 50초에 그걸 풀어서 8만주 매도우위를 보여주며 한 번 연기를 했고, 20분간의 장후 시간외 종가 시간에도 다른 유리기판 테마주들이 모두 매수우위인데 한빛레이저만 매도잔량을 쌓아놓고, 그것을 다 먹으면 또 리필하고 하는 행위를 이어갔다.

 마지막까지 개인들의 심리를 불안하게 해서 물량을 쥐어짜가겠다는 것이다.

 이 행위는 장후 시간외 거래가 마감하는 16:00 10초 전까지 계속됐고, 15:59:55에 매도 물량을 모두 먹으며, 매수에 20만주를 쌓아놓은 채 장후 시간외 마감.

 16:00 고대하던 시간외 단일가 시장이 시작됐고, 첫 타임(16:10)에 2.75% 체결 그리고 세 번째 타임에 시간외 상한가(10%)를 닫았다.

 그런데 너무 일찍 상한가를 간 것이 의아했다. 분위기상 그리고 세력의 물량 비율 상 이 종목을 처음 관찰하기 시작했던 17일처럼 시간외 하락이 나오긴 어려울 텐데 왜 이렇게 일찍 상한가를 닫았을까.

 결국 다음 타임에 해답이 있었다. 체결 직전에 갑자기 상잔량을 팍팍 줄여가더니, 상한가를 풀었고 순간적으로 3%대까지 보여주면서 5%에 머물다가 6%대에 체결을 시켰다.

 이러면 보유자들은 10분 만에 4% 손실을 본 느낌이 들고, 돌연 음전하는 것은 아닐까 오만 생각을 다하게 된다.

 주식시장에서는 무슨 일도 일어날 수 있고, 특히 이러한 단일 세력주에서는 완전 주포 마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도 결국 높은 가격에서 물량을 소진시켜야 이득이다.

 그들은 웬만해선 손해를 보지 않는다.

 이후 7%대에서 두 타임 더 체결이 되다가 결국 상한가를 다시 닫았고, 200만주를 받쳐놓은 세력.

 그때부턴 당연히 매도 물량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시간외 단일가 시간에서 마저도 한 번 더 물량을 쥐어짜간 것이다.

 이 정도로 연기를 하니 개인들이 당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도 이 종목을 며칠간 지켜보며 관찰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종가 베팅을 했더라도 장후 시간외 또는 시간외 단일가에서 상이 풀렸을 때 물량을 털렸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마지막까지 개인들의 물량을 쥐어짜간 세력은 내일 한빛레이저의 시세를 시간외 단일가 상한가 가격 정도에서 절대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종가는 몰라도 고가는 어디까지 시세를 낼지 기대가 된다.

 

 

 



김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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