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폭락의 추억
January 30, 2025
작년 12월 17일, 엔비디아의 폭락을 의미하는 그림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것을 시작으로 세상에 곧 일어날 일이라고 홀로 공상하거나, 일어났음에도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대한 그림까지, 총 8장의 그림을 1월 중순까지 며칠 간격으로 더 올렸다.
별 의도는 없었다. 챗 GPT에 매달 돈을 지불하는데 마땅히 시키는 것도 없고, 그림을 그려달라 하면 내 머릿속을 스캔하는 것처럼 상상 속의 이미지를 거의 비슷하게 그려내는 것이 신기해서 계속 그림을 그리게 하고, 홈페이지에 올리는 행위를 반복해나간 것뿐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트래픽 초과로 오후부터는 홈페이지에 접속이 되질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하던 차에 그림의 의미를 묻는 디엠들이 오기 시작했고, 그제야 내 그림들이 여기저기 커뮤니티 사이트들에 올라가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코로나19를 예측했던 작가가 기이한 그림들로 또다시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디시인사이드 미국주식갤러리에서는 나는 이미 썰어 죽일 놈이 되어 있었고, 어디 이상한 음모론 사이트들에서는 내 챗 GPT 그림들을 가지고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실제로 엔비디아가 하루 만에 17% 폭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주식 시장 역사상 단일 기업 최대 규모의 시가총액 감소를 기록한 바로 그날부터, 00시면 트래픽이 초기화되는 내 홈페이지의 허용 접속량을 초과하는 시간은 말도 안 되게 앞당겨졌다.
엔비디아가 폭락하던 당일에는 50분 만에 트래픽의 90%를 사용했다. 웹 트래픽 용량이 작은 것도 아닌데...
요즘 내가 본 미래라는 1999년 7월에 발간된 일본의 만화가 유행이라고 한다. 예지몽을 꾸는 작가가 미래에 일어날 15가지의 사건들을 예언하는 형식의 만화라는데 이런 수십 년 된 만화가 유행하는 것을 보면 지금 시국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불확실성 속에서 불안해하고 있는지 알게 해준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계엄부터 시작해서 메인스트림 미디어를 장악한 가짜 뉴스들과 온갖 역정보와 오보가 난무하는 유튜브까지.
이렇다 보니 철 지난 예언 만화가 유행할 수밖에.
내가 엔비디아의 폭락을 예측한 것은 그저 엔비디아에 거품이 껴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엔비디아가 예상보다 빠르게 폭락하는 바람에 출간된 지 10년이 된 내 책이 예스24 주간베스트에 이북 종합 81위, 소설 29위를 기록하고 있던데 현대인들이 정말 책을 읽지 않는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설은 엔비디아 폭락의 추억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김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