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은 김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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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上

August 03, 2024

실제로 외부에서 나는 소리가 아무것도 없는데 머리나 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현상을 이명 혹은 귀울림이라고 한다.

이명은 아무 의미가 없는 소음으로 말소리나 노랫소리가 들리는 환청과는 다르다. 환청은 보통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이 있거나 심각한 심리적 충격을 받았을 때 들리게 된다는데 이명은 아무 이유도 없이 하루아침에 시작될 수 있다.

누구나 아주 가끔씩 몇 초 정도 귀에서 삐이 하는 소리가 들리다가 이내 젖어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일반인의 약 75%가 경험하고 있는 생리적인 이명이므로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명이 하루 이상 지속된다면 그때부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이명으로 고통받기 전, 일반인의 75%가 경험한다는 생리적인 이명조차도 경험한 적이 없었던 사람이다.

이명을 분명히 경험한 기억이 있기는 한데 처음으로 사격을 할 때였다. 태어나서 가장 큰 소음에 노출되었을 때가 그때가 아니었나 싶고, 그때에도 삐~ 하고 들렸던 이명은 1분 이내 잦아들었다.

그랬던 내게 어느 날부터 잦아들지 않는 이명이 찾아왔다.

2019년 9월 5일. 나는 평생 그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날로부터 다음 해 5월까지 나는 이명으로 인해 지옥 한복판에 있었다.

누구나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다. 나에겐 그때가 그렇다. 그럼에도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가며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내가 믿는 신과의 약속을 뒤늦게나마 지키기 위해서다.

2020년 1월 1일로 넘어가던 자정, 나는 청담동 성당에 있었다. 불도 다 꺼진 성당 안은 칠흑같이 어둡고 고요했다. 그랬으니 내 이명이 더 크게 들렸던 것이겠지.

오직 나 혼자만 들을 수 있는 그 요란한 굉음 속에서 나는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이 증상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잘 알겠으니, 여기에서 벗어나게만 해주신다면 이 증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진정으로 도우며 살아가겠다고.

내 기도는 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나는 수개월을 더 고통받아야 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이명이 찾아왔을 때처럼,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이명에서 해방될 수 있었고, 그것은 우연도 기적도 아니었다.

나는 이명에서 벗어나고자 수많은 것들을 했고, 지금은 내가 마지막에 했던 그 방법만이 이명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기 때문이다. 이제 그 모든 것들을 글로 적고자 한다.

이 글로 인해 이명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단 한 사람이라도 줄 수 있다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2020년 11월에 출간된 이 책은 대한이과학회 이명연구회 소속 이비인후과 전문의 선생님들이 공동 집필한 책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이명 치료 전문가이자, 귀 전문가인 서른네 분이 공동 집필한 책인데 나는 이 서른네 분의 선생님들 중 사진에서 체크 되어 있는 세 분께 치료를 받았다.

선생님들은 저마다 성격도 달랐고, 환자를 대하는 태도도 달랐으나 세 분이 한 사람처럼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일반적인 환자들과 달리 굉장히 예민하고 꼼꼼하며, 내가 메모해오고 분석해온 것들을 어디 연구논문 등에 싣고 싶다고들 얘기하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청담소리이비인후과 이호기 선생님은 그 말을 실행했다.

이명완치 희망을 쏘는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이호기 선생님 파트의 대표적인 환자의 예시에 나오는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173~174p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다. 하지만 책에 나온 것처럼 내가 소리치료만을 통해 이명을 극복한 것은 아니다.

소리치료는 내가 이명을 느끼는 시간을 줄이는데 큰 도움을 줬다. 그리고 내가 이명을 완전히 소멸시킨 '그 방법'에 집중하는 데 도 도움을 줬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이명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에 대해 쓰기 위해서다.

나는 그 방법이 다른 이명환자들에게도 통할 것이라 확신한다.

나는 불행하게도 그 방법을 가장 늦게 찾아냈다.

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행한 수많은 것들 중 가장 늦게 말이다.

다음은 내가 이명을 극복하고자 행한 방법들이다.

가장 먼저 대한민국 최고의 이비인후과 의사들을 찾아다녔고(그 중 이명완치 희망을 쏘는 이비인후과 의사들 책의 저자가 세 분일 뿐이다), 신경과에서 뇌 mri도 찍어봤으며, 정신과 의사들과도 상담했다.

귀와 몸에 좋다는 온갖 영양제들을 섭취했고, 침도 맞아봤으며, 혈 자리도 두드려 봤다.

척추 지압사에게 지압도 받아봤고, 경락의 균형도 맞춰봤으며, 채식주의자가 되어 채소만 먹어보기도 했다.

48시간 단식을 해보기도 했고, 간청소도 해봤으며, 샐러리주스만 먹어보기도 했다.

거꾸로 매달리기도 해봤고, 집안 곳곳에 히란야를 뒀으며, 신통력 있다는 장신구도 착용해 봤다.

반사요법과 기 치료도 받아봤고, 차크라의 균형도 맞춰봤으며, 심상화 기법을 시도했고, 심리학도 공부했다.

뇌에 좋다는 효소와 신경안정제 그리고 항우울제도 복용해 봤고, 최면으로 전생체험을 해보기도 했으며,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내면아이 치료도 받아봤다.

만트라를 외우고, 쿤달리니 요가 방식으로 불의 호흡도 해봤으며, 점술가나 무당도 찾아가 봤다.

퇴마사도 만나봤고, 매일 밤 십자가를 끌어안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노력에도 이명은 나를 떠나지 않았다.

 

김세은

www.kimsee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