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이 울린 첫 번째 경고음
June 06, 2026

밤사이 미국장이 폭락했다.
나스닥은 4.18% 급락하며, 작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고, 특히 AI 열풍의 중심에 있던 반도체주들이 무너지면서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 5월 21일 작성한 <AI 광풍이 쏘아 올린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빛과 그림자>라는 글에서, 실적이라는 단단한 방패막이가 빅테크의 투자 둔화나 과잉 공급이라는 미세한 균열로 깨지는 순간, 그동안 축적된 매크로 악재들은 한꺼번에 시장을 덮칠 것이라고 쓴 바 있다.
이번 균열의 시작은 6월 3일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였다. 브로드컴의 실적 자체는 여전히 훌륭했다. AI 관련 매출은 급증했고 데이터센터 사업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문제는 실적이 아닌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였다. 시장은 브로드컴이 이번 실적 발표를 계기로 AI 수요의 폭발적인 확대를 재확인해 주고, 향후 매출 가이던스 역시 대폭 상향 조정해 주길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 훅 탄은 냉정했다. 다가올 분기의 AI 칩 매출 가이던스를 시장의 눈높이(172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160억 달러로 제시한 것이다.
시장은 즉각 배신감을 표출했다. 시장참여자들은 브로드컴의 보수적인 가이던스를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닌, AI 투자 사이클의 피크아웃 신호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는 순식간에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며, 결국 지난밤의 급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구성하는 핵심 기업들이 모두 피투성이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AMD, 샌디스크는 10% 이상 하락했고, 그동안 시장을 굳건히 지탱하던 엔비디아마저도 6% 넘게 하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국내 증시는 금요일 장중 7% 가까이 밀리며 불안감을 선반영했다. 코스피가 1%만 더 하락하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상황이었지만 서킷은 좀 과하다는 판단이었고, SK하이닉스를 매매하며 지수가 돌릴 때 3~4% 수익실현했다.

전날 애프터장에서 변동성이 컸기에 이날도 애프터장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고 봤는데 애프터장 시작과 동시에 급락하는 호가창을 보며, 200만원 라운드피겨는 한 번에 깨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고 200만7천원에 걸어둔 물량이 체결됐다. 이 물량도 적당히 반등했을 때 수익실현하고 포지션을 비운 채, 장을 마감했다.
미선물이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환율 흐름 역시 심상치 않았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굳이 리스크를 안고 가고 싶지 않았다.
월요일장 시나리오.
야간선물은 -8% 하한가를 기록했고, MSCI 한국지수 역시 -14%다.
만약 오늘이 토요일이 아니었다면, 즉 미국 증시 폭락의 충격을 곧바로 다음 거래일 국장이 받아야 했다면 삼성전자는 30만원 아래, SK하이닉스는 180만원 아래에서 시가가 형성되었을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시장에는 주말 이틀이라는 완충 시간이 주어졌고, 한국을 방문 중인 젠슨 황의 발언 역시 투자심리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월요일 시장을 지배하는 정서는 결국 공포일 것이다.
포지션 없이 현금을 보유한 사람은 그 공포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내가 설정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월요일 매수존이다. 삼성전자는 31만원에서 30만원, SK하이닉스는 190만원에서 185만원. 두 종목 모두 약 3% 폭의 구간이고, 이곳에서 분할매수를 해서 기술적 반등을 노릴 것이다.
08:00, NXT에서 이 매수존 위에서 시가가 형성된다면 섣불리 진입하지 않는다. KRX가 개장하면 반대매매 물량이 본격적으로 출회되면서 추가 하락 압력이 가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매수존 아래에서 시작한다면 일단은 진입해서 NXT 안에서 1차 반등을 노릴 것이다.
09:00, KRX가 개장하면서 매수존 안으로 주가가 들어오거나, 매수존에 위치하던 주가가 더 밀릴 가능성이 있다. 이때 분할매수해서 저점 대비 3~6% 구간에 분할매도한다. 홀딩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 주 오라클 실적 발표와 CPI 발표를 확인하며 숨을 고르고 싶어서다.
추가 악재가 없다면 두 종목 모두 매수존을 한 번에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결국 저점 대비 반등 폭이다. 두 종목의 시가가 매수존 위에서 형성되든, 안에서 형성되든, 아래에서 출발하든 상관없다. 저점 대비 4% 이상 반등이 나온다면 매수존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이번 하락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종말이 아닌 과열된 엔진을 잠시 식히는 과정으로 보인다. 당장 7월부터 시작될 2분기 실적 시즌과 하반기 이익 추정치를 향한 글로벌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들의 기대감은 여전히 견고하기 때문이다.
진짜 두려워해야 할 파국의 신호는 올해 4분기부터 모습을 드러낼 것이고, 그 이유는 지난 글들에 상세히 쓴 바 있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양털 깎기는 언제나 예외 없이 진행되어 왔고,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 6/8 20:17 수정
매매 결과

코스피는 KRX 시작과 동시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코스닥은 종가무렵에 발동됐다.

SK하이닉스는 계획했던 매수존의 저점이 오늘의 저점이었다.

종베 계획은 없었으나 이란과 이스라엘이 공격을 주고받으며 유가가 폭등했고, 상승분을 거의 반납하는 것을 지켜보다 애프터장에서 돌릴 때 매수해서 홀딩했다.

삼성전자는 NXT에서 매수존 하단에 붙어 시작해서 바로 진입했다.

시초 젠슨황이 SK서린빌딩에서 최태원 회장과 브리핑하며 SK하이닉스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제품을 조달하고 구매하고 있으며, 이 규모는 앞으로 상당히 더 커질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약한 모습이었고, 종베 없이 무포 마감했다.
김세은
